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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7 01:50

뮤지컬 위키드 라이선스 공연 후기 라이프 로그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을 꼽으라면 오페라의 유령과 위키드 사이에서 고민할것 같습니다. 위키드가 어떤 뮤지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유명하다길래 내한공연을 혼자 봤는데, 그날 엘파바와 글린다의 매력에 흠뻑 빠져 한동안 위키드 OST만 듣고 있었던것 같네요. 당연히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 얘기가 나왔을때 무척 기대했고, 공연 시작하면 꼭 보러 가야겠다고 맘 먹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캐스팅이 맘에 안든다고 하던데, 아이돌 캐스팅만 아니면 저는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들의 수준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 안했습니다. 원작이 워낙 블록버스터 뮤지컬이라 무대도 조명도 음악도 의상도 전혀 걱정할것 없었습니다. 그냥 원래의 위키드 그대로만 나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었고, 또 그렇게 나올건 전혀 의심안했습니다. 그저 영어 가사를 어떻게 우리말로 옮겼을까에 대한 궁금함과 기대만 있었죠.

샤롯데 씨어터에 들어서니 역시 기대했던대로 예전의 위키드 무대가 그대로 있더군요. 빨리 공연이 시작하길 기다렸습니다. 여친에게도 이 공연이 얼마나 재미있는 공연이고, 공연 끝나고 나면 좋은 공연 보여줘서 고맙다고 말할거라고 나불나불 거리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극장 조명이 꺼지고 귀에 익은 합창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순간 역시 내한공연의 느낌과 똑같다고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약 세시간동안 펼쳐질 눈과 귀의 즐거움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죠. 그런데, 앙상블 파트가 끝나고 글린다의 노래가 시작되면서 약간 성량이 모자란다고 느꼈습니다. 흠... 뭐 그때까진 큰 문제라고 느끼진 않았어요. 그다지 중요한 부분도 아니고, 아직 노래는 많이 남았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곡들이 계속되면서 뭔가 좀 이질적이고 불편한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저는 위키드 OST를 무척 여러번 들었습니다. 당연히 내한공연에 온 배우와 OST를 녹음한 배우는 다르지만, 공연을 보고 나서 다시 OST를 들었을때 전혀 다르다는 느낌이 안들었었고, 그래서 OST를 듣고 또 듣고 또 들으면서 그 장면들을 생각하곤 했습니다. 진짜 제가 가지고 있는 CD 중에선 신해철 빼곤 젤 자주 들었을겁니다. 그래서 따라 부를수는 없지만 무대에서 배우가 노래를 부를때 마다 머릿속에서는 자동재생이 되는데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는 제 머릿속에서 자동재생되는 노래와 싱크가 맞지 않으니 계속 불편한 느낌이 드는겁니다. 곡 해석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느낌이 달랐어요.

"파퓰러"를 예로 들면 그 곡은 전체 공연 중에서 글린다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야 하는 곡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머릿속에서는 OST의 파퓰러가 자동재생되고 있는데, 공연에서의 파퓰러는 그런 매력이 전혀 안느껴졌어요. 진짜 글로 표현이 안되는데... 아 진짜... 글로 표현을 못하니 답답하네요. 아무튼 파퓰러를 들으면서 확실해졌습니다. 이 공연 뭔가 이상하다고. 그 느낌은 1막이 끝날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좀 많이 실망했어요. 앙상블은 전에 본 공연과 느낌이 같은데, 왜 주연 배우들이 노래만 부르면 뭔가 안어울리고 불편한건지...

2막이 시작하고 피에로가 허수아비가 되면서 엘파바가 부르는 솔로곡 NO GOOD DEED를 들으니 1막 내내 느꼈던 불편함의 정체를 알겠더군요. 엘파바가 혼자 부르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있던 NO GOOD DEED의 느낌과 같았어요. 그 곡이 끝나고 공연시작 후 처음으로 손바닥이 아프도록 진심에서 우러나온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나서 1막에서 들었던 곡들을 곰씹어 보니, 듀엣 파트가 다 엉망이었던겁니다. 위키드는 특히 듀엣곡이 많은 공연입니다. 엘파바와 글린다의 서로 주고 받는 하모니가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중요한 부분인데, 엘파바의 성량과 표현력을 글린다가 못 따라가니 듀엣파트만 나오면 이질감이 들었던거에요. 그리고 피에로도 마찬가지라, 1막의 모든 곡들이 다 그렇게 들렸던겁니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거죠. 이 공연에서 하모니가 제대로 된 곡은 마법사와 엘파바가 부른 원더풀 밖에 없었습니다. (엘파바의 솔로곡은 1막에도 DEFYING GRAVITY라는 곡에 있는데 그땐 왜 몰랐냐면 제가 그 곡은 별로 안좋아하거든요...-_-;;;)

물론 노래만의 문제는 아녔어요. 글린다의 연기도 큰 문제였습니다. 글린다는 정말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글린다는 패리스 힐튼이 아녜요. 엘파바 만큼 상황 변화가 큰데, 엘파바는 분노로만 그 상황표현을 하면 되지만 글린다는 아니거든요. 극 초반 중반 후반 대사의 느낌도 달라야 하고 노래의 느낌도 달라야합니다. 천진한 백치미도 표현해야 하고, 나중엔 행복함을 노래하면서도 불안함을 표현해야 하고, 선한 글린다로 칭송받을때는 성숙한 느낌도 표현해야합니다. 적어도 전에 제가 봤던 글린다는 그랬어요. 그때 저는 엘파바보다 글린다에 훨씬 더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사가 영어였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와 톤으로 감정 전달이 되었거든요. 저 배우의 본 모습이 저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저 배우는 그냥 글린다 자체가 아닐까? 하지만 이번에 본 글린다는 너무나 평면적이라 뭐라 할 말이 없네요. 2막에 들어서는 연기 부분에서는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글린다 연기를 해야 하는데 글린다 흉내를 내고 있었어요. 그냥 혀짧은 소리만 내고 있을 뿐이었으니... 잘 하는 배우도 많을텐데 왜 연기도 모자라고 노래도 모자란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정도로 심하게까지 써야하나 다시 생각해봐도 글린다에는 어울리지 않는 배우였어요.

기대가 컸던 공연이라 실망도 컸습니다. 다른 부분이 아니라 배우의 역량에 관한 부분이라 더 실망이 컸던것 같네요. 모든 공연이 다 그렇지만, 혼자 잘한다고 좋은 공연이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 같이 잘해야 좋은 공연으로 기억되고 공연의 흥행과 함께 배우도 같이 성장할텐데, 이번 공연처럼 배우들간 역량이 차이나는 경우 잘 했던 배우에게도 좋은 기억을 가지긴 힘들것 같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라 더 투덜투덜 거렸는데, 여친이 다른 캐스팅으로도 보고싶어서 제가 집에 돌아오는 동안 한번 더 예매했다고하네요. ㅇㅅㅇ 여친이 원하는 캐스팅은 옥주현, 정선아, 이지훈, 남경주 조합입니다. 이번 캐스팅은 저 네명은 아무도 안나왔구요. 부디 다음에 볼 위키드는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덧. 제가 공연보고 투덜거리니 연기하는 동생이 한국 창작 뮤지컬도 재미있는거 많다고 서편제를 추천해주네요. 배우 조합도 딱 찍어서 이자람, 송용진, 서범석으로 하라고. 그 조합은 4월 27일 저녁공연 밖에 없어서 바로 예매했습니다. 요즘 공연 자주 보네요. 여친이 위키드도 한번 더 예매했다는데. 캠핑은 언제가지? -_-a


덧글

  • ㅇㅇ 2014/04/08 06:41 # 삭제 답글

    김보경 원래 못해요ㅋㅋ 정선아 추천
  • 데빈 2014/04/08 09:38 #

    다음번엔 정선아의 글린다 보러 가요. 지금껏 캐스팅 신경 안쓰고 봤는데 앞으론 예매전 검색 좀 해야겠어요 ㅎㅎㅎ
  • 색종이 2014/04/08 15:51 # 삭제 답글

    저도 김보경 버전으로 봤는데, 사전 학습없이 봐서 인지 당시에는 별로 나쁜점을 못찾겠더라구요.
    나중에 오리지널 공연 음악을 들어봤는데... 솔직히 누가 나쁘다하기 어렵데요... 폭풍영어대사&가사 원곡의 느낌을 따라가기 힘들거같아요.

    글구.. 서편제는 역시 차지연이 짱이라는 ㅋ *^^* 올만에 뵈어 반가웠습니다.
  • 데빈 2014/04/09 12:12 #

    내한공연을 안봤으면 저도 크게 불만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레퍼런스가 있는 상태에서 보고나니 갭이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저도 오랜만에 뵈니 반갑네요. 첨에 누군가 했어요. ㅎㅎㅎ 블로그 가보고 알았습니다.
  • 마플 2014/04/09 02:32 # 삭제 답글

    저도 위키드 엄청 좋아해서 내한도보고 이번에 영국도가요ㅋㅋ
    이번라센도 네 배우 다 봤는데 옥주현-정선아페어는 각각 기량도 기량인데 절친이라 그런지 호흡도 좋고 여운도 많이 남더라구요
    노굿디드도 좋고 특히 포굿~피날레에서 주고받는 감정bbb 재밌게보세요~~
  • 데빈 2014/04/09 12:08 #

    옥주현-정선아 페어는 좋은가보네요!! 다음번에 볼 공연이 기대됩니다.
    영국에서 보는 위키드라니!! 부습니다. 위키드 말고 다른 공연도 많이 즐기시고 오시길~
  • 인규 2014/04/20 23:38 # 삭제 답글

    이게 그렇게 유명한 공연이었구나. 회사앞에 있는 시키 시어터에서 계속 공연하던데... 기회되면 봐야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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